20大 유니콘기업에 韓은 ‘0’… 창업날개 꺾는 ‘말뿐인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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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한국 신산업 육성의 현주소

전체 유니콘 306곳중선 5곳
美 151개·中 83개·印 14개
‘혁신성장 엔진’ 국내선 枯死

세계1위 경쟁력 4개 업종중
中에 추월 3년후면 1곳 남아
“법·제도 환경이 신산업 막아”

‘세계 20대 유니콘 기업’ 명단에는 한국 기업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니콘 기업은 10억 달러(약 1조1275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보유하고 설립된 지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한다.

세계 혁신성장을 이끄는 핵심 엔진 격인 유니콘 기업이 국내에서는 사실상 씨가 마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미국과 중국, 인도 등은 유니콘 기업 수를 빠르게 늘려가면서 혁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수출 주력 업종의 경쟁 우위마저 갈수록 약화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4일 문화일보가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의 ‘세계 유니콘 기업 현황’(2018년 8월 기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20대 유니콘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이 12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5개사)과 싱가포르·인도·영국(1개사씩)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세계 유니콘 기업 전체 수는 모두 306개사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인도는 각각 151개사, 83개사, 14개사에 달했다. 첨단 기술을 발판 삼아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해 온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1.6%인 5개사에 불과했다.

이들 국가가 1년 사이에 각각 35개사, 19개사, 4개사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킬 동안 국내는 고작 2곳을 늘리는 데 그쳤다.

실제로 국내 기업으로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곳은 쿠팡(소셜커머스), 블루홀(게임), 옐로모바일(모바일 기업 연합체), L&P코스메틱(화장품), 토스(핀테크·금융IT) 등에 불과했다.

미국 투자 업계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트렌드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20대 인터넷기업은 미국 11개, 중국 9개로 두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 포함돼 있던 한국의 네이버는 중국기업에 밀려 순위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혁신 기업 육성이 정체된 사이에 국내 수출 주력 업종의 경쟁 우위는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수출 주력업종 가운데 한국이 세계 경쟁력 최고 우위를 점해온 것으로 평가받는 업종은 2018년 현재 무선통신기기와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선박 등 4개 업종이다.

하지만 유관 협회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3년 후에는 선박만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3년 후 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에서 한국을 추월하고, 철강과 석유제품에서는 경합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철강은 2018년 현재 우리의 최대 경쟁국은 일본이지만, 3년 후에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반도체·석유화학에서, 일본은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국으로 떠올라 있다. 반도체 업종은 우리나라가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이름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연구·개발(R&D) 강화·규제 개혁·세제 지원·전문인력 양성·신규 수출시장 개척, 보호무역주의 극복 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한국은 사업 아이디어 실현을 막는 법·제도 환경(공유경제 사업 규제, 벤처기업에 주당 52시간 근무 적용),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해주기 어려운 환경(차등의결권 불허), 대기업의 벤처 투자를 막는 대기업정책(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등이 혁신 기업과 신사업 육성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일변도의 각종 기업·산업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보지 않고서는 혁신 기업 육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는 경고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