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前 특감반원 추가폭로
“이인걸이 참고용으로 건네”
金 수사관 주장 사실이라면
靑, 사정기관 보고 받은 정황

신재민, 유서 남기고 잠적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세평(世評) 등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공개했다. 성일환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동향 문건이다. 특히 김 수사관은 해당 문건이 ‘330개 공공기관 임원 동향 리스트’ 중 야권 인사 100∼200명에 대한 부정적 감찰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며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참고용’으로 준 다른 사정기관의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전 특감반장이 경찰, 기무사령부 등 다른 사정기관에서 작성한 공공기관장 세평을 우리한테 줬다”면서 “그걸 참고해서 부정적 감찰보고서를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청와대 특감반뿐 아니라 전(全) 사정기관이 동원돼 찍어내기식 동향파악을 했고 이를 청와대에서 보고받은 정황으로 볼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공개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김 수사관이 요청해 제공했다’는 취지의 환경부 설명과 달리 김 수사관은 ‘청와대 다른 실에서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우연히 받았을 뿐’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이 같은 찍어내기 작업을 주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가 입수한 성 전 사장에 대한 동향 문건에는 ‘현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와 대구 영남고 동창으로 알려진 가운데 군 현직 및 공기업 사장 추천에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루머도 존재’ 등의 설명이 기재돼 있다. 성 전 사장은 임기 1년을 앞둔 지난해 3월 사퇴했다.

한편 KT&G 사장 교체 등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유서를 남겨 경찰이 소재파악에 나섰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전 7시쯤 대학 친구에게 예약 문자로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 등의 내용을 보냈고 친구는 오전 8시 19분쯤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관악구 대학동 신 전 사무관 주거지에서 유서와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임정환·이희권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