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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은 인간이 우주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이 되어가는가. 우리 모두는 결국 지식을 찾는 방랑자이다.”(390쪽)

미국 작가 루이스 라무르(1908~1988)에게 책은 모든 것이었다. 위대한 작가치고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지만 서부 소설의 대가인 그에게 책은 아주 특별하다. 경제적인 이유와 학교가 오히려 자기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두 가지 이유로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그는 영국으로, 중국으로, 인도로 떠돌며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교실이 아닌 세상을 택한 그는 생생한 체험과 함께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배웠다.

떠돌이 노동자, 뱃사람, 벌목꾼과 광부로 일하며 여러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격렬한 허기를 채워줄 책만 있으면 외로울 겨를이 없었다고 하니 범접하기 어려운 책 중독자이다. ‘소설가의 공부’(유유)는 그의 독서 여정이자 지적 방랑기이다.

그는 세상을 떠돌면서도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일 년에 100권 넘는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것도 완독한 책만 꼽은 것이다. ‘책의 신’이 있다면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을 텐데, 결국 그는 마흔다섯에 ‘혼도’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 뒤 무려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그는 책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예로 자기 자신을 들었다. 책이 아니었다면 노동자로 살다 몇몇 자기 친구처럼 사고로 죽었을 운명이라는 것이다. 평생 떠돌던 그답게 인생도, 책 읽기도, 글쓰기도, 공부도 모두 모험이라는 그는, 책이 다른 모든 모험에 길을 열어주는 근본적인 모험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책을 신장(新疆)과 파미르 고원에서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로 가는 길, 그곳 사람들이 건네는 인사에 비유했다.

그곳 사람들의 인사는 “그대 앞에 길이 있기를”이다. 눈사태와 낙석, 지반 함몰이 빈번한 땅에서 길이 막히지 않고 열려 있기를 바라는 염원이다. 이 인사처럼 책 역시 눈비 내리고 예측할 수 없는 우리 삶 속에서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의 마지막에 독자에게 이 인사를 한 번 더 전한다. “그대 앞에 길이 있기를.” 400쪽, 1만6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