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제장관회의서 발언

“이해관계자 입장 조화 필요”
추진방식 잘못 사실상 시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후 처음 개최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경제·사회의 수용성과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화롭게 고려해 국민의 공감 속에서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 기존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과 별개로, 그동안 야당 등의 과속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련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우회적으로나마 일부 정책에 대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뜻을 밝힌 만큼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을 의미하는 ‘보완 조치’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같은 새로운 경제정책은 필요한 경우 보완 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도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7일 무역의 날 기념식), “국민이 체감하는 고용 민생지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11일 국무회의)며 정책 추진 과정의 변화를 암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등 정책 수정을 위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포용적 성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 경제 기조 3대 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정책을 추진하되 속도 조절을 통해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경제를 5년의 임기 동안 획기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