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1년안돼 기대가 불신으로
시민 “人災 가능성에 배신감”

서울과 강릉을 1시간 50분 만에 연결하며 지역 경제 발전의 견인차로 기대를 모았던 KTX 강릉선에서 개통 1년도 안 돼 탈선 사고가 발생하자 강릉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올림픽 이후 이용객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 데다 이번 사고로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기대가 불신으로 변하고 있다.

최종봉 강릉시번영회장은 10일 “올림픽 이후 강릉선 탑승객이 급속히 줄어 시·종착역을 서울역으로 일원화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가 나 걱정이 더 크다”고 했다. 이어 “개통 1년도 안 돼 큰 탈선 사고가 났는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관광객이 강릉을 더 기피할까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번 탈선 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김진문 씨는 “이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 일본은 우리보다 고속철도 역사가 오래됐지만, 그동안 탈선 사고가 한 건도 없었는데 최신 설비가 놓인 KTX 강릉선에서 이런 일이 나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전직 공무원인 박모 씨는 “강릉 시민은 KTX 강릉선 공사가 시작되기 전 서울에서 강릉을 1시간 만에 주파한다고 해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올림픽이 끝나자 1시간 50분으로 이동 시간이 늘어난 데다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배신감도 크다”고 지역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형익 강릉상공회의소 회장도 “평창동계올림픽 전용 교통수단으로 건립된 KTX가 개통 직전 교량이 내려앉아 전 국민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열차마저 탈선해 강릉이 더 안 좋은 이미지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고 말했다.

강릉=이성현 기자 su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