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를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이해찬(뒷줄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 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석( 〃 왼쪽)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대통령 “공직기강 확립” 지시

曺 수석 ‘경질성’ 교체될 경우
권력기관 개혁작업 좌초 우려
국정운영 동력 악영향도 고려

曺 “맞으며 일한후 자유인될것”
비위관련 ‘자진사퇴’ 표명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청와대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인식은 이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혹 수준의 비위’임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요구에 밀려 조 수석을 경질할 경우 적폐청산 등을 통해 다져온 국정 운영 주도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밝힌 문 대통령의 특감반 교체 관련 입장과 지시사항에는 그동안 청와대 내부에서 주류를 이뤘던 인식이 묻어난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 심각한 문제가 되기 전에 원대 복귀 조치를 취했고, 아직 의혹 수준의 비위 행위 정도밖에 밝혀진 것이 없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자세한 보고를 듣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국민이 올바르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후 대처 과정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었지만, 부적절한 행위를 한 의혹이 불거진 직원들을 원대 복귀시키는 등 조치를 한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제 조치를 한 조 수석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 수석에 대한 거취 판단은 이번 사건뿐 아니라 향후 전반적인 국정 운영과도 관련이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국가정보원 개혁 등 입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 수석이 물러나면 권력기관 개혁 작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진영 내에서 촛불 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조 수석이 인식되고, 야당에서는 이를 의식해 경질을 강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조 수석을 물러나게 하면 정국 운영 주도권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 수석이 자리를 지키면서 문 대통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계속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조 수석을 지키느라 정국을 경색국면으로 몰고 가면 국회에서 각종 개혁입법 등의 처리가 지연되고 이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 부족으로 이어져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조 수석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에게 본인이 먼저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실컷 두들겨 맞으며 일한 후 자유인이 되겠다”고 조 수석이 통화에서 말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