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 드라이브를 틈타 사회 일각의 종북(從北) 행태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급기야 서울 도심 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인’으로 규정하고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는 외침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핵무기로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고 ‘헌법상 국민’이기도 한 북한 주민의 인권을 압살하는 독재자를 떠받들고, 국민을 상대로 그런 선동을 하는 행위는 명백히 국가 안보를 저해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종북을 부추기는 일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을 언급한 이후 지난 7일 ‘백두칭송위원회’라는 단체가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은”을 연호하며 북한식 조화를 흔들기도 해 ‘이게 나라냐’는 개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 뒤 정도가 심해져 26일에는 ‘위인맞이환영단’ 단장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여러분도 곧 좋아질 겁니다”라고 연설했다. 앞서 지난 18일 연설회에서는 “김 위원장과 함께하는 인민은 행복” “김정은 만세”도 나왔다.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김정은 환영단 신청서를 받는 일이 있었고, 교육을 담당하는 공영방송 EBS의 자회사가 김정은을 미화하는 인형 판매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김정은 팬클럽 모집, 대대적 서명 운동, 지하철 광고 등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개인의 일탈 차원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침해에 나선 상황으로 봐야 한다. 양심의 자유는 내면적 양심을 보장할 뿐, 자유민주 체제를 위협하는 선동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상황은 국가보안법이 구시대 악법이 아니라, 지금도 필요한 법률임을 거듭 입증한다. 제7조 찬양·고무죄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알고서 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단체를 주도하는 인사들의 학력·경력·활동을 종합할 때 전반적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현 정부 들어 보안법은 사실상 사문화하고, 대공(對共) 역량은 위축됐다. 정부 당국자들이 김정은 칭찬 릴레이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단호히 나서지 않으면 종북과 한 패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