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정책·분열하는 조직·돌아서는 민심

정책의 위기
소득성장 실패로 민심 이반
대북정책도 뚜렷한 성과없어

조직의 위기
靑비서관 음주운전 기강해이
이재명發 계파갈등 재현 조짐

지지기반 위기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하향세
2030세대·PK서 하락 큰타격

민주노총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 연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 6개월 만에 총체적인 위기 국면을 맞았다. 강력한 지지기반인 민주노총 등 지지그룹과의 결별은 문재인 정부가 총체적 위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경제·안보 정책의 위기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2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등 주된 경제 정책의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을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 정책으로 극복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는데 그 때문에 정치적 정책 전환의 골든타임을 몇 차례 놓쳤다”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적기를 놓친 상황에서 대북 정책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민심 이반의 속도는 굉장히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꼽았다.

위기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온 대북 정책도 정권의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북 정책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지 않으며 국민이 조금씩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에 올인하면서 경제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같다”며 “경제악화와 맞물리며 급격히 정부 실정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무리 방향이 맞아도 속도가 빠르거나 방식이 잘못됐으면 수정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청 조직의 위기 =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은 최근 청와대 기강 해이의 대표적 사례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경호처 소속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근 청와대 직원들을 만나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친 게 눈에 보인다”며 “최근 잇따른 청와대발 사건·사고도 있는 상황에서 대폭 교체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권 1년 반 만에 레임덕 소리가 들린다. 이해찬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잠잠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내부 균열을 의미한다. 갖가지 논란으로 수사를 받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거취를 둘러싸고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 엿보이는 것이다. 친문(친문재인) 극성 당원들은 이 지사의 출당 조치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친문 의원도 이에 동조하는 기류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금 민주당 내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레임덕은 시작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지기반의 위기 = 정책과 조직의 위기는 곧바로 지지기반의 위기로 직결된다. 특히 지지층 기반이 흔들리는 게 문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중도층에 이어 전통적인 지지층도 지지를 철회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할 때 20∼30대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며 “최근 조사에서 20∼30대 지지율이 전체 지지율보다 5%포인트가량밖에 높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지지층마저 기대를 접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리얼미터가 19∼21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2%포인트 하락한 52.5%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같은 조사에서 30대의 지지율은 63.5%에서 56.9%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울산·경남(PK)의 지지율 하락세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조사에서 PK의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49.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지층의 이반이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를 만드는 수훈갑이었던 민주노총 등 조직화한 노조와 시민단체 같은 지지기반이 돌아서기 시작하면 이는 정권의 총체적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