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文정권에 경고한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민주노총에서 열린 ‘2018 전국민중대회’ 기자회견 및 간담회에서 박석운(오른쪽 두 번째)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0여개 단체 주말 집회

“진행중 정책들 개악·역주행”
文정부 겨냥 총력투쟁 선언
‘민중’ 내세우며 전선 확장

노동 넘어 국정전반 의제화
한반도평화·세월호도 언급

이번에는 진보진영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현 정부의 ‘개국공신’을 자처하는 진보진영이 국정 전반에 걸친 현안을 놓고 첨예한 각을 세우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중공동행동은 27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교육원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2월 1일 국회 앞에서의 전국민중대회 개최 사실을 밝혔다. 민중공동행동은 적폐청산·사회대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민중을 포괄한 연대의 모양새를 갖추고 대정부 요구 의제를 전방위로 넓혔다. 정부가 진행 중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개악’ ‘개혁 역주행’이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를 독려,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이별 통보’다. 한발 나아가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현안마다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대립과 투쟁을 예고함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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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민중공동행동이 이날 ‘문재인 정부에 경고한다’면서 밝힌 10개 요구사항은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국정 전반으로 전선이 대폭 확대되는 양상이다. 진보진영은 노동·농업·빈민 분야로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등 노동적폐 청산 △밥 한공기 300원 보장 등 농민 기본권 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 빈민 구제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온 사회안전망·국민연금 등 사회공공성 강화도 포함됐다. 노동계 현안을 넘어 단골 요구사항인 재벌체제 청산도 담았다. 이들은 “재벌체제 청산의 과제는 실종됐고, 은산분리, 규제프리존, 원격 의료 등 재벌들이 요구하는 규제완화 논리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 아래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촛불민의의 걸림돌”로 규정,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해산을 요구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여소야대라는 한계가 있다는 말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개혁입법 성과가 나오도록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법적폐청산 및 권력기구 개혁을 촉구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부정됐고, 주 52시간 근무는 탄력근로제 적용기간 확대로 무력화되려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주제준 민중공동행동 정책팀장은 “탄력근로제는 말이 좋아 탄력이지, 연장수당 없는 근로인데 정부와 집권여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중공동행동은 아울러 △한반도 평화 추진 △성평등·인권 개선 △세월호 및 위험사회 안전환경 조성 등을 주장했다.

이 같은 진보진영의 대규모 세 결집 흐름에는 민주노총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선봉에 서서 진보민중단체들을 이끌고 정부에 다시 한 번 각을 세우자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보진영과 민주노총의 행보가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또 다른 ‘권력 행사’라고 비판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민주노총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탄생에 힘을 실어줬던 조직이나 단체는 이 정부가 성공하도록 책임져야 하는데, 그런 책임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모든 게 어려운 상황에서 ‘촛불 청구서’만 내놓는 행태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힘의 과시는 조직 내부 갈등을 불러와 스스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영·손우성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