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남북관계 병행 강조

“韓·美, 서로 다른 소리-서로 알지 못하는 조치 안 해야”

워킹그룹 목표 분명히 제시

美국무부 발표한 보도자료
‘南北철도 조사’ 내용 없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20일 한국과 미국이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남북 협력 문제 등을 조율하기 위해 출범시킨 워킹그룹의 방향과 목표점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워킹그룹 출범 및 1차 회의가 열린 이날 브리핑에서 “2인용 자전거처럼(as tandem·탠덤)” “병행(parallel)” 등을 사용해 비핵화와 남북 협력 두 정책에 대해 속도를 맞추도록 하는 것이 워킹그룹 설립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그것들(비핵화와 남북 협력)은 2인용 자전거처럼 둘이 나란히,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것들이 중요한 병행 과정이라고 여긴다”면서 “워킹그룹은 이런 방식을 계속하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구성됐다”고 말했다. 탠덤은 라틴어에서 말 두 마리가 나란히 끄는 마차를 가리키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이것(워킹그룹)은 우리가 서로 다른 소리를 하지 않고, 우리나 한국이나 서로 다른 쪽이 알지 못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것이 워킹그룹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워킹그룹의 역할이 비핵화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높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임을 밝힌 것이다. 국제사회 제재나 미국 제재 사항을 들어 남북 협력 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워킹그룹 회의 시 미국 측이 남북 철도 조사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strong support)를 확인해줬다”고 밝혔지만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남북 철도 조사사업에 대한 내용이 한 글자도 들어가지 않았다.

또 국무부는 브리핑 도중 관련 질의에서도 남북이 합의한 연내 철도 착공식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굳이 원한다면 조사사업을 하는 것은 막지 않겠지만 물자와 인력, 장비의 이동이 대북제재 위반인지는 추후에 따져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문재인 정부의 철도·도로 연결 사업과 삼림 조성 사업 등 각종 남북 경제협력 사업 추진 및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 제재와 압박에 구멍을 내는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날 이 본부장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남북 협력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언급했지만 한국 정부의 남북 협력 사업 추진으로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에 파열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워싱턴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