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취임 직후 천명
경제지표 급락속 존재 희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직접 일자리 상황을 챙기겠다”며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고용·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 상황판의 존재마저 희미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가 대통령이 돼 제일 먼저 한 일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이라며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의 삶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의 핵심에 일자리가 있다”며 “국민께서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4일 취임한 지 15일 만에 청와대 집무실에 고용률과 취업자 수, 실업률 등 18개 지표로 구성된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고, 바로 다음 달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을 비롯한 경제성장률·투자·주가 등 지표는 하향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6만4000명이 증가해 4개월째 10만 명 미만의 수치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일자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담은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이 오히려 언급 자체가 부담스러운 애물단지가 돼버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이후 10달간 공식 석상에서 일자리 상황판을 언급한 바 없다.

야당은 소득 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조 유지를 천명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살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했다”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함께 잘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 기조는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