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이낙연(왼쪽) 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8월 산업활동동향 의미

투자지수 환란 이후 최악
경기 동행·선행 동반 하락

산업생산 상승반전했지만
美보호무역 등 불확실성 커

“경기지표 크게 개선 어려워
경제정책 전반 재검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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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2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2018년 8월)은 국내 경기가 하강세로 돌아서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기 국면이 전환되면 적어도 11개월 이상 나빠진 경기 지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경기 전환의 첫 번째 사인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움직임에서 나타난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경기선행지수에서 추세 요인을 제거해 산출한 것이며, 향후 경기 국면 및 전환점을 단기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올해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전월과의 차이)는 2월부터 7개월 연속 0이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다.

경기의 최종적인 판단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움직임에 따른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는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에 대한 판정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점(頂點)이나 저점(低點)을 지나고 2∼3년 뒤에나 공식 발표된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연속해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6개월 되면 ‘경기전환 신호’로 해석한다.

올해 9월에도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8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가 건설 기성액 급감과 ‘고용 요인’인 비(非)농림어업취업자 수가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인데, 9월에도 건설 기성액이나 고용 상황이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8월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5%에 불과하지만, 증가세로 돌아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미와 중동 지역 수출 증가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이 전월 대비 21.8%나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 생산이 앞으로도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설비투자는 올해 3월 이후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뒤 20여 년 만에 최장 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 경제’의 경우 장기간 투자가 되지 않으면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수 진작을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한 것이 현재의 경기 하강과 고용 둔화 등 경제 지표 악화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막는다면서 재정(국민 세금)을 천문학적으로 쏟아부었지만, 예상보다 효과가 신통치 않고 한국 경제의 체력만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모두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 호황도 끝나가는 것처럼 보여 앞으로도 생산과 설비투자 등 경기 지표가 크게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수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