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연속 하락 왜

기계류 내수 출하도 급락 “신성장산업 창출 성과 못내”

올해 들어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설비투자지수는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심화한 결과로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미래의 투자 전망을 보여주는 기계류 내수 출하도 급락하고 있어 경기 부진이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위축,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등 신성장 산업의 창출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민간기업의 투자 위축에 따른 고용·소득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내수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설비투자지수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에서 증가했지만,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가 줄어 전달보다 1.4% 감소했다. 설비투자지수는 지난 3월 마이너스 7.6%를 기록한 이후 4월(-2.5%), 5월(-2.8%), 6월(-7.1%), 7월(-0.3%)로 이어지며 6개월째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투자가 감소한 이후 20여 년 만이다.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 전망을 보여주는 기계류 내수 출하는 올 2월 이후 7개월째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중기적으로 보면 기계류 내수 출하는 지난해 1∼3분기에만 해도 전년 대비 14.4∼20.0%의 매우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4분기에 -4.1%의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올 1분기(-0.1%)와 2분기(-5.2%)까지 3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 증설이 마무리되면서 둔화세를 보여 반도체, 제조업, 기계 등의 투자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국내 경기가 빠르게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자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정 등의 경제민주화정책으로 대기업들이 자회사 매각 등 다른 일에 신경 쓰느라 상대적으로 설비투자를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급변하는 대외 환경을 제어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규제를 제거하는 등 친기업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