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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미증유의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됐다. 2017, 2018년에 걸친 29% 최저임금 인상은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를 지렛대로 한 긴급 ‘경제명령’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 성장을 격발시키는 방아쇠로 오인했기에 이 같은 무리수를 둔 것이다.

임금은 고용주가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인상률은 고용주의 ‘지불 능력’ 밖의 숫자다. 고용주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저숙련, 종사상(從事上) 상대적 열위에 있는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해고뿐이다.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믿기 어려운 3000명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최저임금 ‘미만율’과 ‘영향률’을 동시에 개악시킨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을 말한다. 고용주와 근로자 모두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영향률’은 새로 적용될 최저임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그 비율이 높으면 최저임금의 수혜자가 저임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비용 구조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은 우리 경제에 회복할 수 없는 충격을 가했다. 그 자체가 실패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0일 최저임금 산정 시 기준시간을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처리시간’으로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유급처리시간은 ‘근로가 실제 이뤄지지 않은 주휴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정안대로 하면, “실제 일하지 않은, 근로 제공이 없는 시간’을 근로 인정 시간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06년과 2014년, 2015년 세 차례에 걸쳐 “주휴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한 달 근로시간은 174시간이다.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용부는 ‘행정지침’으로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시켰다. 한 달 근로시간 174시간에 주휴시간 35시간을 더한 209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 결과 근로자는 174시간 일하고 209시간분의 급여를 월급으로 받아갔다. 생산이나 서비스 제공 없이 주휴수당이란 명목으로 임금을 추가로 받아간 것이다.

문제는 고용노동부 개정안이 통과되면 근로인정시간이 크게 늘어나 표준시급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모두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은 주휴시간이 69시간(1주 16시간×4.3주)으로 증가해 근로시간이 243시간까지 늘어난다.

근로자에게 월급으로 145만2900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74시간으로 나눌 경우 내년 최저시급 8350원을 충족한다. 하지만 209시간으로 나누면 6951원으로, 243시간으로 나누면 5979원으로 시급이 최저임금에 크게 모자란다. 이 경우 월급여를 57만 원 더 지급해야 최저임금 위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적법한 기업의 임금 지불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판정받을 수 있다.

유급처리시간은 ‘실제 근로 제공이 안 된 시간’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시급을 산정할 때 ‘분모’에 포함시켜선 안 된다. 최저임금 위반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할지, 포함하지 않을지는 시행령이 아닌 최저임금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형사처벌 대상을 정하는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정당한 근거 없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시행령 개정은 마땅히 중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