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귀환 뒤 ‘제도화’ 착수
‘판문점선언’비준안 처리과정
소요비용 모호성 등 공방 예고

野일각 “비준 받을 형식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도 ‘4·27 판문점선언’과 같이 국회 비준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합의도 남측 내에서 제도화한다는 방침이지만, 평양공동선언도 국회 비준이 추진된다면 현재 판문점선언의 비준 추진으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비핵화 등 남북 간 이번 합의가) 불가역적인 단계로 가기 위한, 돌아갈 수 없는 상태로 가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첫발을 떼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남쪽 내부의 제도화 문제는 앞으로 여러 사회 각 분야, 그리고 특히 야당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제도화의 방향에 대한 고민들을 같이 나누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귀환하는 이날 오후부터 곧바로 통일부·국방부 등 유관부처와 함께 평양공동선언의 내부 제도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도 국회 비준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은 여·야가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논의하기로 합의한 상태지만,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남북 철도·도로 협력 등에 소요될 비용의 모호성과 국가 안보 태세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공방이 예상된다.

또 야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평양공동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을 만한 것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평양공동선언 내용과 형식을 보면 국회 비준을 받을 형식은 아닌 것 같다”며 “그러나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면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과 비슷한 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 간 합의서에 대해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과 관련된 남북합의서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에서 이미 거론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대해 ‘연내에 착공한다’는 내용만 담고 있는 등 중대한 재정 부담을 야기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