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송 치닫는 신한울 3·4호기

기기제작 두산重 막대한 손해
설계 담당 한국전력기술 타격

“해체비용 등 따져보지도 않고
탈원전 서두르다 다툼만 초래”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이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중공업 간 소송 이후로 미뤄질 것이 유력해짐에 따라 무리한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선 공약이란 이유로 전력수급 기본계획에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를 넣었지만 이미 시작된 사업을 되돌리는 데 따른 문제점 등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탈원전 선언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11일 정부, 국회 등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은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 안건을 이사회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 취득한 발전사업허가에 따라 추진한 사업을 되돌리는 데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총 사업비 8조2600억 원 가운데 두산중공업이 원자로·터빈 등 주기기를 사전제작한 비용만 3230억 원에 달한다.

원전 설계 부분을 담당한 한국전력기술 역시 상장회사로, 이 회사도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로 인해 입은 손해가 상당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측이다. 여기에 이미 공사용역비로 1777억 원이 투입된 것뿐만 아니라 ‘숨은 매몰 비용’, 즉 사업 중단에 따른 경북 울진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 사회적 갈등에 따르는 비용 등도 향후 추가될 수밖에 없다. 매몰 비용이 1조 원 단위를 훨씬 넘어설 것이란 추정이 지나치지 않다.

이 같은 후폭풍이 예상됐음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무리하게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면서 신한울 3·4호기를 백지화 대상에 포함한 데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실 정책에 대한 불신은 소송 장기화에 따른 비용부담 이상으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소송 외엔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산업부와 한수원이 신한울 3·4호기 문제를 덮어만 두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자유한국당) 의원은 “탈원전 정책을 서두르다 보니 소송 등 향후 이어질 각종 문제를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가 건설 백지화를 철회하지 않으면 갈등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소송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