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美北정상회담 제안 환영”
신중속 연내 종전선언 기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사실이 확인되자 청와대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포함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유보적인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양측의 대화가 다시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무진에서 풀지 못했던 문제를 정상 간의 만남을 통해 풀겠다는 의지로 대화의 속도가 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가 구체적으로 협의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북 사이에 이제 대화를 시작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지금은 시기와 장소를 전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미·북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어떤 의제를 가지고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를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측에서 철저히 비핵화 관련 대화만으로 의제를 제한할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내심 미·북 사이에 논의가 급진전돼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까지 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연내 종전선언이라는 목표를 계속해서 밝혀 왔고,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근 김 위원장이 핵 신고를 약속하면, 관련된 워킹그룹을 만들고 이 단계에서 미국이 종전선언을 수용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10월 중·하순쯤 판문점이나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10월 중·하순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중간선거 전으로 회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판문점은 정전협정 체결 장소라는 의미가 있고 워싱턴은 북한 정상의 최초 방미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