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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교사 출신 이보람 변호사

“고의성 판단도 성인과 달라야
징계 받고 진심으로 화해하면
학생부 기록 1회는 삭제 필요”

학교폭력(학폭)으로 인한 사회 갈등이 심각해진 가운데, 이보람(37·사진)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기능,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는 학폭 이슈에선 가해·피해 학생의 보호자 교육이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고교 사회과 교사 출신이자 학폭·소년법 등 청소년 사건 전문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대다수 보호자는 ‘왜 우리 아이가 이런 상황에 처했나’ 하는 좌절감과 죄책감에 휩싸여 정확한 정보나 법을 알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한 뒤 “보호자들은 교육 이수 등 학폭 징계를 비롯한 합의를 잘 따르고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교사로 재직한 이 변호사는 “당시엔 지금처럼 학폭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변화가 본격화한 시점은 2013년으로 ‘작은 학폭 사건도 위원회를 열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 자리 잡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평가다. 그는 “SNS가 보편화하기 전엔 학폭이 외부에 알려지는 일이 적었고 경찰서까지 가더라도 훈방되는 일이 많았다”며 “요새는 학교 밖으로 알려지는 사례도 많고 피해자 측에서도 경찰에서 정식사건으로 처리하길 바라는 의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변화로 폭력문제 비전문가인 현장교사들은 법적 합의, 분쟁, 일부 소송까지 맡는 등 과한 업무에 시달리게 됐다”며 파생된 문제점을 우려했다. 최근엔 ‘집단따돌림’처럼 당사자가 수십 명에 달하는 학폭 사건도 많은데 사건을 맡은 교사가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적법한 대안을 내놓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교육부, 교육지원청에서 법적 분쟁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한편,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폭 예방, 대응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교육부의 학교 폭력 대책 발표와 관련, ‘고의성’ 부분을 두고 현장에서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미한 폭력의 경우 학교 자체종결제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고의성’이 포함돼 있다”며 “어린 학생들의 ‘고의’는 성인들의 ‘고의’와 판단 기준도 다른 데다, 학폭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고의성이 없었다’고 설득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생부 학폭 기록’과 관련,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선 찬성하나 몇몇 주동자 외에 단순 가담한 학생도 많다”며 다음의 대안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학폭 사건이 한 학기 정도 지난 뒤에 가해 학생이 징계처분을 잘 이행하고, 피해자와 진심으로 화해했는지 등을 따져 1회에 한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사건 처리가 끝난 뒤에도 아이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