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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

여야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공방이 격심하다. 여당은 더 기다려 봐야 한다고 하고, 야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다 죽이고 있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올라 저소득계층의 소비 여력이 커지고, 그래서 중산층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비도 늘어 기업의 투자도 증가하는, 소득주도 성장 이론은 너무나 듣기에 좋다.

하지만 현실은 2년에 걸쳐 27%에 가까운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고, 저소득층을 고용해 왔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가게를 닫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발표하는 일자리 통계에는 임금을 지급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늘어나 과거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폐업이 더 심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여당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폐업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 과거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라고 한다. 또한, 임금을 받고 있는 임금소득자의 소득은 늘었으니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좋으니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폐업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과거보다 더한지 덜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사업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 때문에 사람을 내보내야 하고 문을 닫아야 한다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하지만 말고,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은 어떤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막는다’는 OECD 보고서를 근거로 주장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멕시코 등이 소득 불평등을 방치해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졌다고 한다. 또한, 영국·핀란드·노르웨이도 소득 불평등 확대로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한다. 이러한 보고서 내용은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영향을 주니 저소득층의 임금을 올려주거나 국가 보조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줄여줘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기 쉽다.

그러나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소득 불평등이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저소득층 자녀가 질 좋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일수록 정부가 저소득층의 교육과 의료, 직업 기술교육 등에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임금을 갑작스럽게 올려준다고 경제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 수십 년 간에 걸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의료 투자가 장기간에 걸쳐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이론이 소득주도 성장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러한 장기(長期) 투자는 단기간의 업적으로 평가를 받는 정치인이 하기 힘든 일이다. 저소득층의 교육과 의료에 대한 투자는 현 정권에는 비용이 되지만, 수십 년 후의 정권에는 큰 혜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더라도 수십 년 후 국민이 잘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포퓰리즘 지출은 줄이고, 교육과 의료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정권의 진정성이 국민에게 전해진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하소연을 듣고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고, 진정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과 의료, 직업 기술교육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