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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중재역할 더 커졌다”지만
韓美불협화음 등 입지 좁아져

내달 남북정상회담 계속 추진
美·北협상 새 물꼬 틀지 주목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 이후 직접 중재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에 비해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 여지가 커진 데다 미국도 이미 북한과 여러 차례 접촉을 하면서 북한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이다.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종전선언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두고 한·미 관계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한반도 운전자로서의 문 대통령 역할론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후 미국 당국자들과 접촉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한 데 이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26일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7일 “북한 관련 모든 사안과 관련해 매일 같이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9월 중순 남북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직후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6·12 미·북 정상회담 직전처럼 문 대통령이 정상 간 소통을 통해 다시 한 번 미·북 협상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더 커졌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6·12 미·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등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1차 목표로 내세웠던 9월 유엔총회 종전선언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로 사실상 어려워졌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 종전선언을 위해서는 10월에 별도의 이벤트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을 두고 나타나고 있는 한·미 간의 온도 차도 청와대로선 부담이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석유, 발전기 등 유엔 안보리 제재 물품 북한 반출과 관련, “한국이 정치적인 이유에서라도 ‘제재 면제’ 신청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