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공정위에‘불공정’조사권
96년 검찰에 고발요청권 부여
2012년 의무고발요청권 도입

문무일 총장 檢개혁과도 연관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갈등의 역사는 30년이 넘었다. 1980년 공정거래법이 생기면서 담합 등 주요 불공정행위의 조사 권한이 공정위에 주어진 뒤 199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양측의 갈등이 처음 불붙었다.

당시 공정위는 식품 가공날짜를 위반한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 대한 검찰의 고발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검찰은 공정위 압수수색을 통해 현직 국장 2명을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공정위 국장 구속사태 직후 검찰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구할 수 있는 ‘고발요청권한’이 주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면서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기업 거래의 공정화를 위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 등이 공정위에 요청하면 바로 고발해야 하는 ‘의무 고발요청권 제도’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검찰은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와 함께 형사적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시 감면) 도입까지 요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6월 2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가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을 압수수색하자 검찰이 수사 카드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압박한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전속고발권이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 6개 법과 관련된 불공정행위를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이 남발되면 기업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어 공정위에만 고발권을 줬지만, 공정위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고발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이 힘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공정위의 유착 가능성도 지적됐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유통 3법(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에 대한 선별적인 전속고발권 폐지가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모았지만, 담합 등을 처벌하는 근거인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신중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하던 검찰은 현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사부를 새로 만들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던 검찰 개혁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특별수사 등 직접 수사를 줄이고, 민생과 직결된 공정거래, 조세 사건 등의 분야로 ‘중심추’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