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가 직접 위반행위 중지 요청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

■ 공정거래법 개정안 문제 없나

상장·비상장사 보유지분 일원화
‘일감몰아주기’대상 441곳으로
50% 초과 보유 자회사도 포함
지분매각따른 고용위축 등 우려

38년 만에 개편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전속고발제 폐지 외에 ‘대기업 족쇄 채우기’가 핵심이다.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및 순환출자 규제 강화 등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의 권고안이 대부분 반영됐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규제 강화로 공정성만 강조하면 기업 투자·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정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관련 회의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기존 203개에서 441개로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재 총수 일가 지분이 29%인 삼성 계열사 삼성생명(20.82%), 현대차 계열사 이노션(29.99%)·현대글로비스(29.99%) 등 그룹 계열사 24곳이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규제에서 벗어나려면 총수 일가의 상장·비상장사 지분을 20% 아래로 낮춰야 한다. 여기에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새로 포함되는 만큼 기업들에선 지분 매각, 인수·합병(M&A)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업의 경쟁력이나 시장 논리보다는 ‘규제 회피’ 차원에서 기업 운명이 결정되는 리스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신규 출자 규제는 물론이고, 기존 순환출자 해소 기준에 따라 해당 기업들 사이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재계는 그동안 특위의 권고안대로 공정거래법 개정이 확정될 경우 정부의 혁신 성장 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반 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는 등의 민사적 구제수단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기업들의 책임 소재를 따지기 이전에 가벼운 사건까지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등 오·남용 우려가 크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집착한 인위적인 지분 매각 등 규제는 시장 경제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공정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한편 동시에 풀어줄 것은 풀어주는 규제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