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38년 만에…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한 후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박상기·김상조 합의안 서명
가격·입찰담합·시장분할 등
고발 없어도 검찰 자체 수사
리니언시 정보도 檢과 공유

담합 과징금 한도 최고 2배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지분
상장 · 비상장 20%로 일원화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징적 권한이었던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 기업 간 제품의 가격을 짬짜미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담합행위(경성담합)가 발생할 경우, 공정위 고발 조치 없이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은 1980년 법 제정 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가격담합(공정거래법 제19조 1항 1호) △공급제한(동항 3호) △시장분할(동항 4호) △입찰담합(동항 8호) 등 4개 경성담합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된다. 아울러 이러한 유형의 담합에 대해선 과징금 최고한도를 2배로 높이기로 했다. 다만 그 이외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선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고, 현행처럼 공정위에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집행의 다원성 차원에서 검찰과 공정위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기업 불공정 관행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담합 사실을 자진해서 신고하면 과징금 등 처벌을 감면해주는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도 개편된다. 검찰과 공정위는 리니언시 정보에 대해 기업이 자진신고를 한 직후부터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공정위가 13개월 동안 우선적으로 조사할 권리를 갖는다. 검찰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자진신고 사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우선 수사 권한을 갖는다. 아울러 검찰과의 정보 공유로 기업의 자진신고가 위축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진신고 시 형사처벌을 감면하는 규정을 공정거래법 및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새롭게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당정 협의를 열고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방안과 함께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담긴 재벌 개혁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 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또 이들 기업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앞으로 검찰은 중대한 담합에 대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의 경쟁 환경을 만들어 기업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김수민·이은지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