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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고용 참사 속에서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우려를 낳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토·일 유급휴일’도 일한 시간으로 보아 최저임금을 계산하게 된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임금이란 어떠한 명칭으로 불리든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다. 그런데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 임금을 노동부 장관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저임금법에는 ‘임금 외 임금’이라는 해괴한 용어가 사용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금품을 지급했어도 지급하지 않은 것처럼 처리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일하지 않아도 일한 것처럼 최저임금을 계산하라고 한다.

최저임금의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기회는 불평등했다. 공익위원들은 일방적이라는 비난은 받고 있다. 근로자 위원들은 소상공인들에게 고용된 사람들도 아니다. 과정은 공정하지 못했다. 결정된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불복하고 저항운동을 벌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힘없고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경고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고했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최저임금제의 시행으로 실업이 증가한다고 기술돼 있다. 여론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부작용은 이미 드러났다. 도소매 및 숙박업종과 비숙련 저임금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폐업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통계는 참담하다. 지난해보다 생산활동이 가능한 인구가 24만1000명이 늘었다. 이 중 5000여 명만 취업했다. 사회복지 및 공공부문을 제외한 다른 민간부문 일자리는 수십만 개가 줄었다. 농림어업에서 증가한 6만1000여 명의 취업 상태도 불안하다. 산업 구조가 퇴보하고 성장잠재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실질적 부담을 더 커진다. 더는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등 재정 지출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세금을 걷어 놓고는 빚까지 지면서 이전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정책 실패에 따른 비난을 모면하겠다는 꼼수다. 더욱이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해서는 내년도에 세무 조사유예, 세무 선정 제외, 신고 내용 확인 면제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모욕이며, 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부도덕한 정책이다.

더 이상 행정권 남용을 묵과할 수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다시 결정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폐기돼야 한다. 시행령 개정안은 명백하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재산권과 사적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자체도 문제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예외 없이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모든 물품으로 계산돼야 한다. 최저임금 계산 때 포함되는 근로시간도 실제로 일한 시간만으로 정의돼야 한다.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 소상공인들은 제외하고, 업종 및 지역별로 임금 실태를 반영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전 근로자의 임금 상승 여력을 떨어뜨린다. 실업도 증가시켜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최저임금 인상과 시행령 개정안을 재고(再考)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