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입구에서 해외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안내 로봇 ‘에어스타’에게 기념사진 촬영을 부탁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⑤ LG, AI 로봇 서비스 ‘선도’

자율주행·음성인식 기능 담아
ICT 기술 집약…공항 명물로

라이다센서로 전방위 물체인식
인파속 충돌사고없이 이동가능

통합 로봇서비스플랫폼 ‘오롯’
14대 총괄·통제 지휘본부 역할
최적 경로 등 실시간 정보제공

“제 얼굴을 봐주시면 멋지게 찍어 드릴게요!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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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입구. 영화 ‘스타워즈’ 속 ‘R2’ 로봇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에 건장한 체격(160㎝·무게 135㎏)을 자랑하는 안내로봇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하자, 어린 남매의 동공이 순간 부풀어 올랐다. 비행기를 탈 생각에 가뜩이나 들뜬 어린 남매는 에어스타가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기념사진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난 7월 상용화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에어스타는 기념촬영을 부탁하는 여행객의 줄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공항의 ‘명물’로 떠올랐다.

에어스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음성인식 기능 등 각종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공항 안내 로봇으로, ‘세계 최초 상용화 공항 안내 로봇’이라는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젝트 주관사인 LG CNS가 중앙관제 시스템을, LG전자가 두뇌 격인 AI를, 중소기업 푸른기술이 하드웨어 개발을 각각 맡은 ‘합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만난 프로젝트 책임자 장태율 LG CNS 사물인터넷(IoT)솔루션팀 책임은 “10년, 15년 전에도 안내 로봇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공항은 많았으나 장난감 수준에 불과해 2, 3개월 있다가 사라졌다”면서 “관제센터와 연계해 공항 전반의 정보를 제공하고, 길 안내와 에스코트까지 해 주는 로봇은 세계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4개 국어로 원하는 곳까지 길을 안내하거나 ‘출국장 혼잡도’ ‘탑승 정보·게이트’ 등 각종 공항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할 정도로 상용화한 적은 없다는 얘기다. 일례로 에어스타한테 항공편을 말해 주면 체크인 카운터의 위치를 즉시 알려주고 원하는 경우 직접 앞장서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출국장·면세지역·입국장 등 안내가 필요한 곳 위주로 제1·2여객터미널에 각각 8대, 6대가 실전 배치돼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앞으로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이동을 돕거나 짐을 운반해 주는 로봇 등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그래서 시도했다. 세계 신기록 보유자 에어스타에 가장 가까운 카페까지 데려다 달라는 ‘길 안내 미션’. 휴가철 인파가 몰린 소란스러운 복도를 헤쳐 나가야 하는 나름 난도가 상당한 임무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배달 로봇의 교통사고가 잦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던 터라 과연 에어스타가 무사히 임무를 마칠지 궁금했다.

“에어스타! 카페로 안내해 줘!”(기자) “저를 따라오세요!”(에어스타)

에어스타 몸통에 부착된 27인치 터치스크린 화면에 뜬 공항 카페 목록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누르자 최적 경로와 이동 거리, 남은 시간 등이 표시됐다. 예상과 다르게 에어스타는 성인만큼 빠른 속도로 ‘과감하게’ 앞서가기 시작했다. 잠시 뒤 가장 궁금했던 사고 우려 상황이 벌어졌다. 부주의한 여행객이 한눈을 팔면서 눈앞까지 다가오자, 에어스타는 제자리에 즉시 멈춘 채 한 바퀴 돌면서 “조심하세요”라고 외쳤다. 뒤늦게 알아본 사람이 피하자, “잠시만 지나갈게요”라면서 다시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차례 부주의한 여행객을 피해 수분 만에 인근 카페 앞에 도착하자, “감사합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알려왔다.

터치스크린에 뜬 고객 만족도를 묻는 말에 ‘매우 만족’을 선택하자, 에어스타는 두 눈에 하트 표시를 띄우고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외쳤다.

에어스타가 인파 속에서 충돌 사고 한 번 없이 어떻게 목적지까지 이동했는지가 궁금했다. AI 개발을 담당한 홍재명 LG전자 H&A사업본부 스마트솔루션사업부 책임은 “레이저를 쏴서 반경 20m 안의 물체를 인식하는 ‘라이다’ 센서를 5대나 장착하고 있다”면서 “보통 공장 로봇은 1대만 장착하고 있는 건데, 이 정도면 사각지대 없어 전방위로 물체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홍 책임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3차원 카메라 2대를 앞뒤에 장착하고 있어 물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3m 전부터 계산하면서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경로를 찾는다”면서 “(주변을 바라보다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는) 사람보다 근본적으로 더 안전하기 때문에 과감한 속도로 이동해도 지난 1년 동안(시범 운영 기간 포함) 사고가 한 번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공항 실내와 실리콘밸리 도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원이 다르다. 홍 책임은 “위성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면서 길을 찾는 GPS를 실내에서는 확인할 수 없어 실리콘밸리보다 공항 안이 더 길 찾기가 어렵다”면서 “바퀴의 이동 거리와 각도를 끊임없이 계산해 지도상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오류를 막기 위해 천장의 구조를 식별하는 LG전자 고유의 비전 카메라 기술과 벽·기둥 등의 형체를 인식하는 라이다 기술 등으로 보정해 실외만큼 정확하게 실내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항 곳곳에서 이처럼 분주하게 활약하는 안내 로봇 14대를 통제하는 지휘본부 격인 ‘오롯’은 LG CNS가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 최초로 선보인 통합 로봇 서비스 플랫폼이다. 로봇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업그레이드하게 하며, 공항의 혼잡한 곳을 찾아 이동하도록 하고, 각종 공항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오롯은 해당 AI들을 묶어 내는 상위의 AI인 셈이다. LG CNS는 청소·경비·운반 등의 역할을 하는 로봇 등이 대중화되면 이들의 로봇 관리를 원격으로 대신하는 역할을 해 나갈 계획이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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