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범 1심 처벌 보니

여고 교사 A 씨는 2016년 서울의 한 식당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테이블 밑으로 여성의 다리와 허벅지를 촬영하는 등 수개월간 50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을 하다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여러 피해자 중 동료 교사와 학생도 있었다. 일부 범행은 아내와 함께 있는 동안 벌어졌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1월 13일 A 씨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A 씨가 불임 문제로 성도착증세를 보였고, 피해자 한 명과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사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리벤지 포르노’ 유포해도 솜방망이 처벌 = A 씨에 대한 처벌은 통상적인 선고와 비슷하다. 선고 수준의 평균치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문화일보가 2017년 한 해 동안 서울의 5개 지방법원이 내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대한 1심 선고 357건이 담긴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벌금형(191건, 53.5%)이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107건, 30.0%)가 뒤를 이었다. 실형은 34건(9.5%)으로 10%가 되지 않았다.

최고형인 징역 5년이 선고된 사례는 없었다. 82건의 특정인 상대 불법 촬영 판결은 무죄 1건, 벌금 27건, 집행유예 42건, 실형 11건, 선고유예 1건으로 집계됐다. 실형이 선고된 11건은 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7건)가 가장 많았다.

특정인 상대 범죄 중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과의 성관계 장면을 퍼트리는 범죄) 등 유포나 협박이 동반된 불법 촬영 39건의 양형은 무죄 1건, 선고유예 1건, 벌금 6건, 집행유예 23건, 실형 8건이었다. 판결문에 △엄벌을 탄원 △용서받지 못함 △합의하지 못함 등 사유가 명시된 27건조차 집행유예가 19건에 달했다. 실형은 4건에 그쳤다.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몰카 범죄(275건)는 벌금형이 164건으로 절반이 넘었다. 집행유예는 65건, 실형은 23건이었다. 선고유예(20건)나 무죄(3건)도 적지 않았다. 무죄 선고는 증거 수집 절차의 문제점이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컨대 지하철 안에서 치마를 입고 앉아 있는 여성의 허벅지 등을 몰래 촬영해도 전체 모습을 촬영했다면 무죄라는 판단이다.

◇“약한 처벌이 범죄 부추긴다” 비판 = 이 같은 판결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회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법적인 안정성 차원에서 양형을 수시로 바꿀 수도 없어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양형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김영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피해자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평생 지속되는 충격을 받게 되는데 처벌 강도가 턱없이 낮다”고 비판했다.

김 공보이사는 “불법 촬영을 근절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실형이 더 선고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역시 불법 촬영자를 적발하면 의무적으로 다른 저장 매체가 있는지 살피고 유포 자료는 모두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