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석탄 고유지문 없어
석유처럼 산지 확인 어려워”
남동·동서발전서 사용 가능성

북한의 석탄을 싣고 왔던 선박들이 20일에도 한국 영해에서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로 반입된 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가 10개월째 이어지면서 정부의 ‘사실상 방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정부 부처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번 북한산 석탄 반입에 대한 관련 정보를 지난해 10월 문제의 선박 입항 이후 외교부로부터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두 척의 배가) 입항하기 전에 이미 수입 통관이 승인된 상태였다”며 “서류상으로는 러시아산 석탄이라는 것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수입 통관 허가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의 정보가 관세청에 전달된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관세청이 남북 관계를 고려해 조사에 소극적으로 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세청은 이에 대해 정상적인 수입 통관 하역이 끝난 상황에서 제품, 특히 광물의 산지 여부를 가리는 조사가 쉬운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입업체가 합법적인 ‘러시아산’ 석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통관 서류상으로도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해당 석탄이 북한산인지를 증명하는 작업이 생각만큼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광물 전문가들도 석탄 성분 분석만으로 산지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석유는 산지별로 고유지문이 있어서 구분이 가능하지만, 석탄은 산지, 채광 시기, 채광 심도에 따라 성분이 변하고 고유지문도 없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성분 분석만으로 산지를 단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애초 석탄 선적과 이동 경로, 용도 등을 밝히는 데 관세청은 주력하고 있다.

발전업계에서는 북한산 석탄은 대부분 무연탄을 석탄화력발전소 연료로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문제의 석탄이 석탄화력발전소인 남동발전 영동화력발전소와 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남동발전의 경우 과거 포항항을 통해 무연탄을 수입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동·동서발전은 “최근에 해당 화력발전소에서 무연탄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수입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임대환·박정민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