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의 석탄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리치 글로리호’(왼쪽)와 ‘스카이 에인절호’(오른쪽)가 20일 오전 ‘마린 트래픽(Marine Traffic)’에서 한국 영해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마린 트래픽 홈페이지 캡처

‘마린트래픽’서 선박위치 확인
리치글로리, 제주도 방향 이동
스카이에인절, 울산 근해 지나

정부, 억류 조치없이 수수방관
“조사에 따라 처벌 이뤄질 것”

美 국무부 “유엔 결의안 위반
北 지원 주체에 행동 취할 것”

북한의 석탄을 싣고 최근 한국 항구에 정박했던 선박들이 20일 오전까지도 한국 영해에서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광물을 제3국으로 운송하는 선박은 억류·조사 대상이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문화일보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 트래픽’에서 확인한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북한 석탄을 싣고 7차례에 걸쳐 인천·울산항 등을 드나들었던 ‘스카이 에인절호’는 2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한국 영해인 울산항 동쪽 10㎞ 해상에서 러시아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10차례가 넘게 한국 항구에 드나들었던 ‘리치 글로리호’도 이날 오전 5시 기준으로 제주도 북동쪽 80㎞ 해상에서 중국을 향해 운항 중이다. 리치 글로리호는 지난 18일 일본 항구를 출발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두 선박은 각각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회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으며 북한에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를 경유, 한국을 비롯해 제3국에서 활동을 계속해 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석탄을 싣고 운항하는 선박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제재 대상이지만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들 선박이 한국 항구에 정박했을 당시에도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 외교부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관계당국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라 필요한 경우 처벌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을 뿐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북한의 석탄을 비롯해 광물을 대상으로 전면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발표해 불법 활동에 가담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이 입항하거나 자국 영해를 통과할 경우 억류와 조사, 자산동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북한 석탄 선적 선박의 한국 입항 및 항해와 관련해 대북 경제 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VOA는 “북한의 석탄 문제에 대해 미 국무부에 논평을 요청했으며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경제 제재에 균열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경고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경고와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 제재 공조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