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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속도’ 또 후퇴 발언

비핵화 시간소요 인식한 듯
北시간끌기 전략 성공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북한 핵 협상을 “시간제한이 없는 프로세스(과정)”라고 규정하면서 협상 장기화 조짐이 역력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검증·사찰에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현실을 인정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지만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사실상 일부 수용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이 다시 성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시간제한이나 속도제한이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당초 제시했던 ‘빠른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이 긴 ‘프로세스’가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여러 차례지만 이처럼 ‘시간제한이 없다’고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6·12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레거시(업적)를 보호하기 위해 북핵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일 미·북 정상회담을 “프로세스의 시작”이라고 밝히면서 기존의 ‘일괄타결식 초단기 비핵화’에서 물러난 뒤 계속 수위를 낮춰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16일에도 “서두르지 않으며 아직 시간이 있다” 등으로 북핵 협상에 대해 언급했다. 북핵 협상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과 북한은 각각 원하는 북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및 제재 해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에 미군 전사자 유해 50여 구를 돌려받은 이후 협상 교착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비핵화 회의론에 점점 힘이 더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비핵화’ 포기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고 협상을 이끌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내심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를 중심으로 미 정치권에서는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협상 과정에서 사용했던 시간 끌기 전략이 또다시 먹혀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핵·미사일·생화학무기의 1년 내 해체’ 시간표를 내세웠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되고 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