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보고서도 공개안해
“운영실적 낮아 결정” 언급만
조기 폐쇄 밀어붙이기 의혹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적 타당성 평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을 위해 선정된 ‘제3의 외부기관’에 대해서도 정보를 숨기고 있어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습이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수원 이사회는 후쿠시마(福島) 사고 및 경주 지진에 따른 강화된 규제환경과 최근의 낮은 운영 실적 등을 감안해 계속가동에 따른 경제성 불확실로 조기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경제적 타당성 평가를 ‘제3의 기관’을 통해 검토했으며 검토 내용에 대해서도 자문을 맡겼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2년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적법한 절차와 의결을 통해 이뤄졌고,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분석한 자료가 근거로 사용됐다. 이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이 발생해 이에 따른 안전조치 강화 등의 비용을 최근 경제성 검토에 포함했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안전조치를 이유로 원전을 정지시킨 기간도 장기화했고, 올해는 가동 자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주 지진 이후 월성 1호기의 가동률은 4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안전조치가 이뤄졌음에도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폐쇄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가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조차 하지 않고 분석을 수행한 외부기관도 비공개로 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타당성 검토는 어떤 변수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게 원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 3년간 이용률 실적 57%를 적용해 경제성 검토를 했다고 말하지만, 이용률 80%를 넘어갈 때 적용하면 경제성은 더 높아진다”며 “가동을 하지 않는 시기를 경제적 타당성 평가에 산입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정부와 한수원이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평가 내용과 기관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