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까지 줄줄이 법관회의
“다수결 방식 옳은가” 지적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 발표 이후 일부에서 대법원과 청와대 간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하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를 전제로 형사 조치까지 언급하며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미 특조단이 ‘재판 거래는 없었고 사법권 남용 의혹 문서 작성은 형사 처벌이 어렵다’고 밝힌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이 이번 주부터 연쇄적으로 열릴 각급 법관 회의를 통해 여론을 조성, 형사 조치를 노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양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조치와 재판 거래 의혹을 진보 성향 판사들이 몰아가는 데 대해 법원장·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고위 법관들을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어 사법부 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사법부 내의 갈등이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등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조단은 지난달 25일 조사보고서를 통해 “재판 거래는 없었다”면서 “형사적 조치를 취할 만한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담화문을 통해 재판 거래를 기정사실화하며 사과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각계 의견을 종합해 형사 조치를 최종 결정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김 대법원장 본인이 꾸린 특조단의 조사를 뒤집으며 여론에 형사 조치 여부를 묻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김 대법원장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문제를 법의 원칙이 아닌 다수결의 원칙으로 정하려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5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7일 전국법원장간담회,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관련 회의들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이다. 앞선 지난 1일 열린 의정부지법 법관회의에서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제시된 바 있다. 더욱이 회의 결과에 따라 사법부 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사법부 내의 갈등이 재판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실제 5월 29일 KTX 해고 승무원들이 대법원 점거 시위를 벌이면서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외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정환·정유진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