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쌍용차 등 항소심 인용
일부 파기는 대법원 판례 따라
‘철도 판결’되레 근로자에 유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한 판결 13건 중 5건은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해 ‘상고 기각’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재판 거래를 한다면 청와대 및 정부·여당에서 2심 판결에 대해서 불만이 있을 때 ‘대법원에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시그널을 준 뒤 대법원에서 번복이 있어야 하는데 ‘전교조 시국선언’ ‘쌍용차 정리해고’ 등 5건은 상고기각하고 항소심의 선고 결과를 그대로 인용한 만큼 재판 거래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평가다.

문화일보가 특조단 보고서에서 재판 거래 의혹으로 지목된 13개 판결에 대해 전직 대법원 재임 경력이 있는 법원 관계자들과 심층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특히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한 8건도 ‘법리판단’이거나 ‘기존 판결 인용’ 등 합당한 이유로 파기환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도공무원 업무방해 사건은 1·2심에서는 노동조합법 위반과 업무방해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오히려 근로자들에게 유리하게 업무방해는 무죄취지로 파기했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파기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관들 사이에 치열한 법리논쟁 결과 결론이 난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대법관들 간의 치열한 법리 다툼을 거쳐 원심 파기를 결정하는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원심 파기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때 대법원 연구관을 지낸 법원 관계자는 “재판에 불순한 의도 개입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어떤 재판이나 양측 당사자가 있어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을 두고 재판 거래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경기 성남시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재판 방향을 왜곡하고 거래를 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승태 체제의 법원행정처 고위관계자는 “특조단 보고서엔 당시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다른 판결도 언급됐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놓고 일부 대법관들이 유감을 표시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의견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