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트럼프 비판 이어져
‘日 외교고립’ 국면 계속될듯

북한 비핵화를 두고 일본 정부가 강조하던 ‘최대 압박’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 이어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압박’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일본 내에서 외교 고립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아사히(朝日)신문은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들이 1시간 동안 회담을 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를 계속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지난해 10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최대한의 압박’이 명기된 것과 비교해 이번 공동선언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성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3국 간 공조는 강조돼야 한다”며 “북한이 지금 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압박과 대화는 양립해야 된다”며 ‘압박’을 명기할 것을 주장했지만 한국과 미국 국방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미 국방장관이 기존에 강조하던 압박 기조에서 벗어난 것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미 국방부가 ‘압박’을 강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지(時事)통신은 이날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 “과거에도 비핵화 협상이 북한의 술수에 빠져 무산된 적이 있어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3일 사설을 통해 “북한이 핵 포기에 대한 자세를 바꾸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행정부가 우호 분위기를 조성하고 정상회담 실현을 바라고 있다”며 “압박을 푸는 것은 시기상조임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후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일본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압박 기조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압박 기조에서 이탈하면서 일본의 외교 고립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미 양국이 기존 대북 압박 노선을 사실상 수정한 상태에서 일본 홀로 압박 기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