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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은 2009년 6월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에서부터 마지막 황제 순종의 유릉까지 모두 40기의 왕릉이 인류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선왕릉은 모두 42기이지만 북한의 개성에 있는 제릉과 후릉은 제외됐다.

그런데 조선왕릉 40기 중 무려 31기(12개소)가 경기도에 있다. 김포시청 인근(경기 김포시 풍무동 산 141-1)에 있는 ‘김포장릉(金浦章陵·사진)’도 그중의 하나다.

장릉은 조선 제16대 임금 인조의 부모인 추존 왕 원종과 인헌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1970년 5월 사적 제202호로 지정됐다. 원종은 선조의 다섯째 아들 정원군으로 용모가 출중하고 태도가 신중했으며, 효성과 우애가 남달라 선조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원군은 사후 처음에는 양주군 곡촌리에 묻혔지만 큰 아들 능양군(인조)이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르자 대원군에 봉해졌다.

그리고 무덤도 인조 5년(1627)에 지금 위치로 이장하여 흥경원(興慶園)이라 하였고 왕으로 추존되면서 능으로 봉하여 장릉이라 이름 붙여졌다. 조선시대 추존 왕은 총 다섯으로 그중 네 명은 모두 세자 출신인데 김포장릉의 능주인 원종만이 후궁 소생이다. 조선 왕릉 중 유일하게 후궁 소생의 추존 왕릉인 것이다.

장릉은 왕릉과 왕비릉이 나란히 있는 쌍릉으로, 병풍석이나 난간석은 설치하지 않고 보호석만 둘렀다. 쌍릉은 왕우비좌(王右妃左·왕은 오른쪽에 왕비는 왼쪽에 안치한다)에 따라 조성됐는데 이는 능을 기준으로 하는 위치이며, 능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왼쪽이 왕릉이고 오른쪽이 왕비릉이다. 무덤 아래에는 영조 29년(1753)에 세운 ‘조선국원종대왕장릉 인헌왕후부좌(朝鮮國元宗大王章陵 仁獻王后부左)’라고 새긴 비각이 있다.

왕릉 능역이 52만2297㎡(15만7900여 평)에 이르는 장릉은 경내에 원앙(천연기념물 제327호)과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2호) 등 우리 고유의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으며 자연 생태를 체험하기에 적합하다.

장릉 재실 앞에 있는 저수지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철새가 찾아오는 자연학습장이다. 저수지는 원래 왕릉의 연지(蓮池·연못)로 조성되며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왕릉에서 연지가 여러 곳 발견됐지만 가장 원형에 근접한 연지는 김포장릉이 유일하다고 한다. 또 장릉 인근에는 울창한 장릉 숲이 펼쳐져 있다. 조선 왕릉 주변에 조성된 인공 숲으로 지금 이 숲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조선왕릉관리소 서부지구관리소 김포장릉’은 장릉 안내 해설, 왕릉 답사, 자연 생태 체험(연근 캐기) 등 장릉의 역사와 연지의 생태를 살펴볼 수 있는 체험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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