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네시 오크리지는

‘맨해튼 프로젝트’ 일환 조성
21세기 들어 핵물질 수거 역할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PVID)’를 위해 북한의 핵물질 등을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북한 핵무기 해체장소인 오크리지에 모아지고 있다.

오크리지는 미국 내에서 ‘원자력 도시(The atomic city)’로 불리는 핵 연구 및 폐기·해체 장소다.

인구 2만9000여 명이 거주하는 오크리지는 1942년 미국 정부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다.

핵무기 개발 연구는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진행됐고, 실제 핵무기 제조는 오크리지에서 이뤄졌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핵 개발 연구를 위한 도시를 모색하던 미국 정부는 인구 분포가 낮고 고속도로와 철도 접근이 용이하면서도 전기 등 인프라가 확보된 오크리지를 선택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를 설립하고 우라늄 농축 공장인 K-25와 Y-12, 시험용 플루토늄 제조 원자로인 X-10 흑연 원자로를 만들어 핵 개발에 앞장섰다. 이곳에서 제조된 핵무기가 1945년 일본 히로시마(廣島) 상공에서 터진 ‘리틀 보이’다.

미국의 핵무기 제조 및 개발의 산실이었던 오크리지는 21세기 들어 국제사회의 핵물질 및 장비들을 접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2003년 리비아는 미국과 핵 개발 중단 협상을 통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했다. 다음 해 미국은 리비아의 핵물질 및 장비들을 폐기하고 원심분리기 등 핵심 연구 장비 및 연구 자료, 장거리 미사일용 탄도미사일 유도장치 등 25t 분량을 수송기를 통해 오크리지로 보냈다.

2010년에는 칠레가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오크리지에 넘기기도 했다.

미국은 리비아로부터 핵 장비를 접수한 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리비아를 삭제하고 여행금지 및 리비아 기업의 사업 제재 금지 등 기존의 압박 조치를 풀어줬다. 미국은 오크리지와 더불어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와 산디아 국립연구소, 캘리포니아주 로런스리버모어 연구소에서 핵연구를 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