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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핵화 의제 어떤 내용일까

核폐기 과정에 상당시간 소요
美, 소형 핵탄두·ICBM 집중

종전선언·평양 연락사무소 등
北, 체제보장 장치 얻어낼 듯

미국 백악관이 미·북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확정된 상황에서 거듭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 핵우산 폐기를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체제 보장을 약속했고, 우선적인 신뢰 조치로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언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미·북 간 논의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주한미군 감축 등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3명의 송환 조치와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밝혔다. 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일 취임사에서 제시했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PVID)’ 원칙을 접고 기존에 견지해온 CVID로 비핵화 협상의 목표를 낮춘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린 3명 송환 환영 행사에서 “억류자 석방과 더불어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 많은 사람이 기다린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4·27 판문점 선언’에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한 북한이 일방적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미국도 이러한 방향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 측에 비핵화의 대가로 확실한 체제 보장을 요구해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월 대북특사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11일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에서 이뤄진 미·북 간 논의와 관련해서도 “비핵화 방식과 평화체제의 맞교환에 대해 진전된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뒤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점에서 체제 보장에 대한 단기적 조치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단계마다 미국 측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내에 미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하고 평양에 미국의 연락대표부를 개설하는 것이 체제 보장과 관련한 상징적 조치로 분석된다. 연락대표부 개설 단계까지 가면 유엔의 대북 제재 해제 등 각종 경제적 지원책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중지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 않는 가운데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지가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로 보인다. 전략자산 전개 중지는 그 자체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의 상징적 조치로도 해석될 수 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북의 상호 양보의 예시로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에서 핵 전략자산 동원 중단을 들었다.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앞서 양측이 단기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카드를 예로 든 것이다. 북한은 우선적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하고, 미국도 이에 대한 보상으로 핵 전략자산 전개를 중지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 문제의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으로 핵탄두를 실어 ICBM에 장착할 수 있는 상태를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태도를 봤을 때 향후 미·북 간에 주한미군 문제가 의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주한미군은 (지역 전체를) 안정화시키는 존재”라며 “주한미군은 (미·북) 초기 협상에서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이 이뤄진다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왼쪽사진)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떠나기 위해 전용기 참매 1호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른쪽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