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독재 경제 富國’에 반한 北, 美제안 장소 수락

‘6월12일 싱가포르’ 낙점 왜

트럼프, 文에 판문점·송도 언급
싱가포르 결정 뒤 미안함 전해

미·북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기를 결정하는 키는 사실상 미국이 쥐고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월 1일을 전후해 1차 방북했을 때 이미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북한과 상당한 합의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시기와 장소를 제안하면 북이 검토하고 수용하는 형식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1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북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북한은 원래 평양을 선호했지만, 미국은 일찌감치 싱가포르와 태국의 방콕 등 동남아 지역을 염두에 두고 최적지를 물색했다. 싱가포르를 정상회담 개최지로 최종 결정한 데는 미국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때 극적인 효과를 위해 평양을 선호한 일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완벽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평양행을 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후문이다. 북한이 미국 측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싱가포르가 ‘개발독재의 경제부국 모델’이란 점이 명분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과 인천 송도, 싱가포르 이렇게 3곳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순위로 판문점을 고려했지만, 남북정상회담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판문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못 하게 된 데 대해 미안하다는 뉘앙스를 표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앞서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방미 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북 정상회담의 ‘6월 12일 싱가포르 개최’ 사실을 알렸다.

한편 미·북 정상회담이 6월 12일로 결정된 데는 미국 국내 정치 사정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월에 열리기로 했다가 늦춰진 이유 중 하나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때문”이라며 “대통령 유세 일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민환·김유진 기자 yoogiza@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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