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턱밑까지 추격 안철수도
‘갑철수’등 확산되면서 급락

19대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등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댓글 공작’을 벌인 시기 대선후보 지지율도 요동쳤다.

후보 지지율 변화에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드루킹 일당의 활동이 대선 판도 변화에 일정 정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9일 문화일보가 한국갤럽·리얼미터 등의 19대 대선 당시 정기 여론조사 결과 등을 분석한 결과, 한때 30%를 웃돌며 문재인 대통령을 앞서기도 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은 2017년 1월 중순 급격히 하락했다.

2017년 1월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부터 반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이 희화화됐다. 공항철도 티켓 발매기에 1만 원권 지폐 두 장을 한 번에 넣은 장면 등이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이튿날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 때에는 미리 준비해 온 쪽지를 보고 적어 ‘커닝’ 논란이 일었다.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에서도 반 전 총장이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일 때 턱받이를 본인이 착용한 사실 등이 희화화됐고, 1월 14일 부친 묘소에서 퇴주를 마셨다는 논란도 일었다.

“사실과 다르게 일부분만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이 오해를 빚고 있다”는 반 전 총장 측의 해명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한 논란 속에 묻혔다. 드루킹 일당도 이 과정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그 결과 1월 3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2월 2일 반 전 총장은 “인격살해, 가짜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7년 4월 문 대통령을 턱밑까지 추격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지지율도 ‘갑철수’ ‘안철수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 등의 논리가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급락했다.

2017년 3월 당시 민주당 경선 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표를 흡수하며 30%대 후반으로 올랐으나 불과 2주 만에 반 토막 났다. ‘MB 아바타’ ‘갑철수’ ‘안초딩’ 등의 논리가 퍼지는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도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