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참모들에게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남북정상회담 후 첫 공식 일정인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싱가포르 등 장소 장단점 논의
배제됐던 판문점 재부상 ‘기여’

미·북 정상회담 장소 논의 과정에서 판문점은 초기에 배제됐었지만, 남북정상회담 직후 다시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른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미·북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다시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고려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판문점은 미·북 정상회담 장소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한·미 정상 통화 이후 다시 심각한 고려 대상이 됐다”며 “정전협정의 당사자들이 지구 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분단의 상징에 함께 간다면 정말 세기의 이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북 정상회담 논의 초기부터 판문점, 제주 등 한국 개최를 강하게 원했었다. 북한 측에도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에게 판문점도 미·북 정상회담 장소로 상관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남측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만족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초 제3국을 선호했던 미국에서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북 회담의 조기 개최를 원했고, 문 대통령은 판문점 남측이 준비가 잘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권유한 것은 아니고 각각의 장소에 대해 장단점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등 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국가들의 준비가 잘 안 돼 있어 3∼4주 이내에 회담을 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판문점을 고려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미·북 정상회담 장소가 판문점으로 최종 결정되면 같은 날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북 사이의 비핵화 논의가 본질이고 이후 평화협정 등을 얘기할 때 한국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