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력 최대한 끌어올리려
정상회담前까지 對美 압박
美의 중동정책 비난하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언급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핵·미사일 동결을 시사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여전히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정상회담 직전까지 대미 압박을 계속해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일 북한 노동신문은 ‘역사가 남긴 피의 교훈’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원조, 특히 군사 원조에 대한 환상과 기대는 곧 죽음”이라며 “자주를 지향하는 나라들이라면 마땅히 원조를 구실로 주권국가들에 대한 내정 간섭행위를 거리낌 없이 감행하고 있는 미국의 책동에 언제나 각성을 높이고 그를 반대하는 투쟁을 강도 높게 벌여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부각하며 주한미군의 남한 주둔을 비판하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같은 날 게재한 ‘미국의 악랄한 반(反)이란 적대시 책동에 맞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는 “미국은 반미자주의 길로 나아가는 이란을 고립·압살하기 위해 더욱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JPC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파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꼼수’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해 ‘이란 편들기’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미국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 전까지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데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30일 노동신문은 “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 폐쇄를 밝힌 북한의 평화애호적 노력에 대한 우롱이며 모독”이라며 “미국이 마땅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역시 ‘강권과 오만으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하의 글에서 “우리가 이번에 주동적이며 획기적인 사변적 조치를 취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하는 것은 미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