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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빈이무첨 부이무교 하여)

가난하되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되 교만함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논어 ‘학이’ 편에 나오는 구절로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한 질문이다. 자공은 노(魯), 위(衛) 양국에서 벼슬도 했지만, 상술에도 밝아 공자 제자 중 가장 큰 부를 축적했다. 게다가 사회적인 명성도 높아 심지어 공자보다 더 훌륭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자공은 부와 명성 때문에 교만함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이기에 이런 질문을 했던 것이다. 공자는, 괜찮기는 하지만 가난하되 즐거워하며 부유하되 예를 좋아하는 자보다는 못하다고 답했다. 사실 자공이 이룩한 경지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제자의 공부를 격려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경지를 제시했던 것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실천했던 사람은 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로 유명한 안회(顔回)였다. 공자는 자공이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을 잘 따른 자공은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하나가 됐고, 공자가 세상을 떠난 뒤 다른 제자들이 3년상을 치렀을 때 유일하게 6년 동안 묘소를 지켰다.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적인 윤리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부유하되 교만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겸손해야 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근래 모 대기업 총수 일가의 도를 넘은 언행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퍼부은 언행들은 교만함을 넘어 안하무인 수준이다. 한때 동방예의지국이었던 나라가 이제는 천민자본주의의 꼴사나운 작태가 난무하는 무례한 국가가 되어버린 것에 대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상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