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활동 조기 안정화 위해
가장 짧은 6개월 한정 ‘특권’

드루킹 혐의도 ‘업무방해’ 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셀프 후원’ 논란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이 6개월인 공소시효 때문에 실질적인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선거법 위반 범죄가 잇따르는데도 시효 완성으로 처벌을 못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실태에 대해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모든 범죄 가운데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가장 짧다는 점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가 6개월로 가장 짧다”면서 “이는 국회 의정활동 등을 조기에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도입된 것으로서, 정치권을 위한 특권적인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검·경이 김 씨 등에게 적용한 혐의는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뿐이다. 만약 김 씨 일당이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조직적인 보고 체계 안에서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을 벌였다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처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나 실제 처벌 가능성은 없는 실정이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셀프 기부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113조를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 역시 시효 만료로 처벌은 불가능하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도 공소시효가 짧을수록 수사에 쫓겨 힘들어진다”면서 “수천 건에 이르는 고소·고발 건을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하려다 보면 부실수사·봐주기 수사 등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법 공소시효 연장 개정안은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됐다. 선관위는 2011년 투표매수 범죄에 한해서라도 공소시효를 2년으로 연장하자는 의견을 국회에 냈지만 묵살당했다. 한 변호사는 “독일·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선거사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따로 규정해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리안·김수민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