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번호 이용 공용ID 개설
가입자 신원 확인 어렵게 해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주도한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등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사용한 포털 사이트 공용 ID를 베트남 전화번호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댓글 활동의 비밀을 유지해 혹시 모를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공모 회원들은 드루킹과 함께 구속 기소된 우모(32) 씨가 작성한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는 지침에 따라 활동했다. 이들은 다음과 네이버 등 2대 포털 사이트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용 ID를 만들어 자신들이 댓글 ‘작업’을 할 기사를 회원들에게 전파했다.

김 씨 등이 공용 ID 가입 당시 사용한 ‘84’로 시작하는 번호는 베트남 전화번호다. 포털 사이트 가입 시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인증 번호를 받아 써넣어야 하는데 베트남 등 해외에선 일정 금액을 선불로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선불폰’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별도의 신분 확인 절차는 필요 없다. 댓글 조작에 가담한 이들이 공용 ID 생성에 이 선불폰을 사용했다면 ID 가입 내역만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또 사이트별로 다른 전화번호를 사용해 ID를 만들었다.

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 전화를 사용하면 이를 통해서는 ID를 만든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고, IP 추적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김 씨는 경공모를 다단계 업체처럼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은 경공모 카페 회원을 노비-달-열린지구-숨은지구-태양-은하-우주 등 총 7개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 방식으로 비누 판매에서도 회원들을 다단계 업자처럼 활용하면서 등급별로 차이를 둬 관리했다.

은하 등급 이상에겐 월 50개 이상 비누를 도매가인 1개당 8000원에 넘겨주면서 물건을 먼저 건네고, 돈은 2개월 안에 판매된 비누의 도매가를 입금하도록 했다. 차익은 회원의 몫으로 인정했으며 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한 경로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태양 등급 이하 회원들에겐 월 50개 미만으로 제한을 뒀다. 대량 판매를 원한 태양 등급 이하 회원들은 드루킹에게 메신저로 비누 판매 관련 문의를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누 판매만으로 충분한 운영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느릅나무 출판사는 책을 출판한 적이 없고 다른 수익 사업에도 손을 대려 했다.

전현진·손우성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