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상황 보고 못받고도
“수사 독립성 지켜주려는 것”
민감 사건 발빼려는 모양새

서울청, 초기 주범에만 집중
與연루 가능성 뒤늦게 수사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과 지휘·감독을 맡아야 할 경찰청의 엇박자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청은 서울청 수사 상황에 대한 보고 누락 및 소통 부족에 대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수사의 독립성을 지켜주려는 것”이라고 변명하는 가운데 막상 서울청은 수사 초기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등 5명의 업무방해라는 일부 사안에만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뒤늦게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 및 민주당 지도부의 연루 가능성도 들여다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수사 의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찰청 역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서울청에 넘기고 발을 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중요한 수사 진행 상황을 경찰청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김 씨와 함께 지난 1월 17일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남북 단일 아이스하키팀 기사에 대한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31)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시점을 비롯, 133대의 압수 휴대전화를 검찰에 넘겼다가 분석을 위해 회수한 사실 등도 이에 포함돼 있다. 경찰청 지휘 라인도 관련 기사를 본 뒤에야 사실을 파악했을 정도다. 서울청이 경찰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는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특별수사단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사안의 성격상 서울청의 독립 수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의 이 같은 해명은 하급기관인 서울청의 입장과는 모순된다. 서울청 수사는 그동안 남북 단일 아이스하키팀 기사에 대한 추천 수 조작에 수사력을 집중했고, 김 씨가 2017년 민주당 경선 및 대선 본선에서 댓글조작을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본류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경찰은 축소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17일에야 수사팀을 확대했다. 이는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이명박(MB) 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공작 의혹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블랙펜 작전’ 개입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본청·서울청·경기남부지방경찰청 및 부산경찰청·광주경찰청 등의 보안국을 자체 압수수색했던 적극성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