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혐의 단독심 맞지만
‘사회 영향 중대한 사건’일 땐
합의 재판부로 넘길 수 있어

‘안희정’땐 단독 → 합의 재배당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핵심 주범으로 구속 기소된 김동원(49·필명 드루킹) 씨 재판이 18일 법원 단독판사에게 배당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합의부에서 다뤄야 할 ‘재정합의’ 사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합의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단독심이 아니라 법관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사건을 심리하도록 하는 결정을 말한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김 씨 등의 댓글조작 1차 기소 사건은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가 맡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단독사건에 해당한다”는 설명을 추가로 알렸다. 법원조직법에서는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을 합의부에서 심판하도록 하고 있는데, 검·경이 드루킹에게 적용한 혐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 전, 여비서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의 경우 단독심에서 합의부로 재배당됐다. 지난 12일 서울서부지법은 ‘안희정 사건’의 사회적 파장, 사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정합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법원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 등의 경우에는 단독판사에게 심판권이 있는 사건임에도 합의부의 심판 대상인 ‘재정합의’ 사건이 될 수 있다.

논란이 일자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정합의가 내세운 기준이 ‘사회적 파장’ 등으로 다소 추상적이고 자의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처음부터 수사를 미적대 소규모 혐의로만 일단 기소한 것을, 법원이 미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다면서 선제적으로 합의부로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검·경의 수사결과가 더 나와 추가 기소가 이뤄져야만 합의부 사건으로 재배당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