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불법·편법 여지 있다”
일부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도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세 차례 해외 출장을 가 논란을 빚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해 법조계에서 추가로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임기 내 재산이 크게 늘어나고 임기 종료 직전 후원금 수억 원을 처리한 것은 편법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상당수 법조계 인사들이 지적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원장의 재산신고액이 2013년 4억7730만 원에서 2016년 3월 12억563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대해 김 원장의 소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후원금 계좌에 들어 있는 3억여 원을 제외해도 4억 원 이상이 늘어난 셈으로, 예금 증가분만 3억5000만 원이 넘는다. 1억 원이 조금 넘는 국회의원 세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한 액수다. 금감원 측은 “가족이 적어서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고 김 원장의 해명을 전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산이 그렇게 늘어난 것은 재테크를 어마어마하게 잘했거나 뇌물을 받았거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후원회 계좌로 들어온 돈은 사용처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비 등으로 유용할 수 없지만 받은 후원금을 후원회 계좌에 넣지 않았다면 재산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 경우 정치자금법 45조 1항 위반”이라며 “본인의 소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세비는 다 모으고 남의 돈으로만 생활했어야 예금 자산이 저렇게 늘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내역을 봐야겠지만 정자법 위반 의심은 간다”고 말했다. 임기 종료 10일 전 독일 등 유럽 출장에 1000여 만 원을 쓰고, 보좌관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2200만 원을 지급하며, 동료 의원 16명에게 2000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심지어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임기 막판 5개월 동안 3억6800만 원의 후원금을 다 ‘땡처리’한 것은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남은 후원금은 소속 정당에 넘기거나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