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없다”속 여론악화 긴장
與내부선 “사퇴불가피” 확산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야권의 집중적인 사퇴 압력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관련해 “사퇴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론이 나빠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당내 소속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권 안팎에서는 이번 주말이 김 원장의 거취와 관련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에 대한 질문에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용하면서도 적법한 공적 목적의 출장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국회의 관행 차원에서 문제를 봐야 하는데 김 원장 개인이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것처럼 얘기돼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김 원장이 사퇴하면 조국 민정수석 등도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의원 시절 출장에 문제가 없다”고 언급한 이후 그런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김 원장에 대한 공세를 ‘금융기득권 세력의 공격’으로 보고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강경 기류도 형성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 원장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또 청와대가 언제까지 악화하는 여론에 눈감고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당 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퇴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고,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성향 야당들까지도 사퇴를 촉구하는 국면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12일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점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고 정의당이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당론을 정한 상황이어서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 문재인 정부 주요 낙마자들이 금요일에 사퇴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이번 주말에 모종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병채·김동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