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수사권 확대’ 우려

“일반 범죄 수사권 안주면
제주처럼 유명무실 가능성
몸집 커져 권한분산도 필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이 대폭 확대된 수사권을 확보할 경우, 국가경찰이 아닌 자치경찰(지역경찰)이 수사권까지 갖는 ‘진정한 자치경찰제’ 시행 등 ‘경찰 권한 분산’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경찰을 잘 아는 전문가들도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이 비대해지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29일 경찰 안팎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청와대와 관련 부처 합의안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는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 수사종결권과 더불어 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됐을 때 이의제기 절차를 만드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처럼 막대한 권한이 추가로 주어지면 경찰에 지나치게 힘이 쏠리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경찰청을 통째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권까지 모두 자치경찰이 갖는 게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영남(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한국자치경찰학회장은 “외교나 보안, 국가적 중대범죄 등의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든 수사권과 인력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치경찰제”라며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처럼 국가경찰이 하기 싫은 허드렛일만 자치경찰에 맡기는 방식은 자치경찰제 시행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미국의 경우 연방의 조정이 필요한 범죄 수사는 연방수사국(FBI)이 관여하지만, LA경찰국(LAPD)과 같은 지역경찰이 모든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쉽게 말해 일부 국가경찰 기능만 제외하고 나머지 지방청 단위 모든 권한을 자치경찰에 넘기는 게 원칙에도 맞는다”고 말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개혁위 권고안은 중앙집권적 국가경찰 체제를 거의 유지하고 있기에 비대해진 경찰권한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국가경찰에 대한 분권 취지를 살리고 지역 실정에 맞는 민생치안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지방경찰청을 통째로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은 강력사건이나 중요범죄는 제외하고 지역 치안·경비·정보 업무나 성폭력·가정폭력 등의 일부 범죄 수사권만 자치경찰에 부여하고 있다. 일반 범죄 수사권은 경찰청 산하에 설치되는 국가수사본부 소속 국가경찰이 갖는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