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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언론, 일제히 美 비판

“美, 무역전쟁 대가 과소평가
WTO위반…세계경제 악영향”

“낭떠러지 앞 말고삐 당겨라”
中상무부, 이례적 2차례 성명

중국 언론은 23일 ‘관세 폭탄’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한밤중에 전쟁을 일으켰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상무부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미국산 철강과 돼지고기 등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조치를 예고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 “모든 조치를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 선포에 중국 당국과 언론이 일사불란하게 맞대응하는 형국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오전 이례적으로 두 차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 보복관세 부과 조치 내용을 담은 성명에 이어 또 성명을 내 이번 조치에 대해 강력 비판했다. 상무부는 “미국은 낭떠러지 앞에서 말고삐를 당겨야 한다(현애늑마·懸崖勒馬)”며 “신중한 결정을 내려 양국 경제 무역 관계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현애늑마는 위험에 직면하고서야 잘못을 깨닫고 고침을 비유하는 말로 중국 외교에서 상대 국가를 강하게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성명은 이어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광범위한 업계 호소 등을 무시하고 자기 고집대로만 행동했다”며 “중국은 합법적인 권익에 손해를 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또 “이번 조치는 매우 매우 악랄한 선례를 남겼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 “미국이 무역 전쟁을 시작한다면 중국은 우리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인터넷판 환추왕(環球網)은 이날 새벽 “트럼프가 서명했다. 미국이 한밤중에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했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환추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중·미 무역 전쟁이 미국의 공격으로 공식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환추왕은 또 별도 사평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경제 문제와 중·미 무역 간의 관계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한에 대해 동등한 보복조치에 나서리라는 것과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치러야 하는 대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미국이 중국을 ‘집단 따돌림’하는 경제 정책은 결코 통하지 않고, 실행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철 지난 보호주의 수단으로 이런 난폭한 방법을 쓰는 것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CCTV도 “이번 조치는 미국 스스로 조사하고, 조처한 일방적인 보호무역 조치”라고 비난했다. 런민르바오 해외판인 하이와이왕(海外網)은 “미국의 이번 조치는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