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추가개방+α 요구 대비해야

한국이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한시적으로 벗어나긴 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자국 내 수입 철강 총량을 줄이려는 미국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에 여러 가지 난감한 요구와 함께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연계해 우리나라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한국, 캐나다, 멕시코, 호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6개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해 철강 관세 부과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들 국가와 관세 부과 협상을 4월 말까지 진행한다. 한국으로서는 23일(현지시간)부터 부과될 철강 관세 25%를 잠시나마 유예한 셈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본 협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국 통상팀은 미국 워싱턴 DC에 머물며 관세 부과 예외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USTR 측과 비공식 협상을 이어왔다. 미국은 철강 수입 규모를 최소 1330만t 줄이고, 미국 내 철강산업 가동률을 80%까지 올리는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든 철강 수입 국가를 상대로 관세 25%를 부과하지 않고 일부 예외국을 인정할 경우 이 같은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완전한 관세 예외국을 지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협상이 진행 중인 국가들 중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에 대해선 관세를 차등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 중인 캐나다·멕시코와 마찬가지로 FTA 개정 협상 중인 한국도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철강 관세 예외에 버금가는 수준의 청구서를 요구받을 수 있다.

이는 자동차 분야를 비롯한 다른 품목의 추가 시장 개방 압력을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동차(부품 포함)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도 미국 측의 최대 관심 분야로, 한국의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000만 달러) 가운데 72.6%(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할 정도다. 미국 측이 국내 안전기준 완화 및 픽업트럭 관세 연장 등 여러 요구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았는데, 자칫 철강 관세 유예를 위해 산업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시장을 우리가 개방할 경우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소속 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 선전포고에 이어 철강 관세 부과로 모든 나라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 한국이 홀로 예외국으로 인정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